2009. 2. 1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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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타짜의 후속으로 '와인' 드라마인 "떼루아"가 방송된다고 했을 때, 나는 매우 기뻤고 또한 기대했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언제나 한정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나왔고 참신한 직업이 나와도 그 또한 한 상황설정일뿐 직업을 조명하기보다는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이 대부분이었다. '스포트라이트'라는 드라마가 TV 뉴스 기자의 삶을 다루어서 반향을 만들었다면 (비록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시도는 좋았다) "떼루아"는 스포트라이트의 실패를 본받아 참신한 소재로 우리가 와인에 보다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회 한회 넘어갈수록 나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져버렸다.
"떼루아"는 와인 드라마가 아니다. 심하게 말하면 성급한 "떼루아"는 와인 드라마의 앞날을 쳐참히 짓밟아버렸다. 떼루아는 앞서 나온 여느 드라마처럼 주인공들의 직업이 와인 관계자일뿐 "귀여니"의 소설과 다를바 없는 '찌질한' 여주인공과 '잘난 재벌 2세' 남자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였다. 와인에 대해서는 겉만 살짝 핥고 "와인의 매력"에 대해서는 눈꼽만큼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그런 스토리였다. 누가 이 드라마를 보고 "와~ 나도 와인한잔 마시고 싶다"라고 생각하거나 "와인을 마셔보고 싶은데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하나?"하는 고민에 대한 대답을 이끌어 낼 수 있겠는가?
사실 와인 드라마가 나온다기에 기대와 함께 우려를 했었다. 혹시나 "신의 물방울"의 인기를 업고 정말 혹여나 와인을 마시고 "마치 이베리아 반도의 탱고의 여인, 하지만 그 여인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라는 말을 지껄일까봐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랬다면 코미디로나마 보았을것 같은 느낌이랄까 -_-;;
도저히 이 드라마를 못보겠다고 포기하게 된 것은 "명성왕후의 와인 샤토 마고트"를 걸고 최고의 소믈리에를 뽑는 대회 부분에서다. 뭐 이런 드라마가 다 그렇듯이 주인공이 우승하는건 당연하고 여자 주인공이 초보이긴 하지만 "개코"를 가졌으니 충분히 승산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본선 진출자 발표에서 떨어지게 되나 잠시후 점수 집계 오류로 주인공이 다시 본선에 진출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데 정말 실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긴장감이라고는 제로이고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는 극본과 연출의 실력 부족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장면이 나왔다. 사실 이건 새발에 피다. 주인공은 본선에 진출해서 여러가지 테스트를 받는데 매번 안절부절 못하면서 제대로 하는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때마다 남자 주인공이 나타나 고개한번 끄덕여 주면 갑작스레 여주인공은 돌변하다시피 안정을 되찾고 세련되면서 놀라운 솜씨를 보여준다. 미X...
그 후로는 드라마를 보지않았기 때문에 스토리를 알지 못한다. 나는 "떼루아"가 너무 싫다. 어줍잖은 드라마가 좋은 소재를 망쳤다. 아마도 "와인"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성공적인 드라마를 만드려면 "떼루아"가 그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드라마 작가와 드라마국 PD들에게 제발 부탁하고 싶다.
평범한 여주인공과 재벌 2세들의 사랑은 이제 그만합시다. 초등학생도 생각할 수 있는 스토리 전개. 그만합시다. 제작비 많이 든다며 출연료 상한제하는거 좋습니다. 그러나 그전에 제대로된 드라마 좀 만들어 주십시오. 참신한 소재로 작가들이 대본 써오면 "이런거 시청률 안나와"라고 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주세요.
일본드라마랑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일드를 보면 주인공들 소시민 많습니다. 자전거 판매 및 수리점을 하는 남자 주인공과 은행원 아가씨. 음식점에서 같이 일하는 주인공들. 모두 우리 주변에 있는 이야기 같이 따뜻하고 재미있는 드라마입니다. 떼루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겉으로만 참신한척 하는 드라마 만들지 맙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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